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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문화적 다양성... 미국 영화 아니면 예술영화고 독립영화인가?

스크린쿼터, 문화적 다양성... 미국 영화 아니면 예술영화고 독립영화인가?


전격적으로 반토막이 난 스크린쿼터제 때문에 말들이 많다.

이에대한 대책으로 정부에서는...

주된 내용은 실효적 쿼터일수인 106일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으로 , 연합뉴스의 기사를 빌리자면..

▲내년부터 향후 5년간 총 4천억원 규모의 한국영화 발전기금을 신설해 영화산업을 지원하는 한편

▲예술영화 전용관 100개관으로 확대

▲현행 50%씩으로 돼 있는 한국영화 입장료 수익배분 비율을 외화와 같이 제작배급사 60%, 극장 40%로 개정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예술 영화 전용관 100개관으로 확대"라는 점이다.

스크린쿼터 폐지 혹은 축소를 내세우면서 정부가 늘 주장해 왔던 것이 바로
"문화적 다양성"이란 측면이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문화적 다양성 측면은 스크린쿼터 지지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영화 산업에 맞서서 자국의 영화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스크린쿼터 지지론쪽의 '문화적 다양성'이고,

미국/한국 영화만 논의에 두는 것은 옳지 않고 '다른 제3국 영화나 예술 영화, 독립영화'에 대한 스크린 쿼터도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쪽의 입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한 이유로 정부에서는 "예술영화 전용관을 100개"로 늘리는 혁신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독립/예술 영화를 키워보겠다는 생각인가보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1) "미국 영화, 한국영화, 예술 영화, 독립 영화가 아닌 영화들은 그럼 뭔가?"

세계에는 많은 나라들이 있고, 그 나라마다 영화를 만들어낸다. 내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줄기차게 상영하는 "인도 영화"를 비롯해서, 태국, 대만, 이집트 등등... 아직 우리나라에 발을 들이지 못한 수많은 영화들이 존재한다.

이런 영화들을 상영하는 것이 바로 "문화적 다양성"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인도의 예를 들어봐도, 이미 유럽, 미국, 영국, 아프리카, 일본까지... 활발히 상영되고 있는 거대한 다국적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헐리우드에 맞서는 "볼리우드 (Bollywood ; Bombay(인도의 도시, 현재의 뭄바이) + Hollywood)'라고 불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인도 영화는 우리나라에 개봉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인도 영화는 아주 상업적인 영화이므로 "예술 영화 전용관"에서 상영이 될 수 없으리란 예상이다.

그뿐일까? 우리가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나라들을 모두 합쳐봐도 몇 개 안될것이다.

그런데도 "미국 영화 + 한국 영화"의 틀을 깨기 위해서는 무조건 "예술 영화/독립 영화"를 지원하면 된다는 발상인가? 더 크고 더 많은 저 외국의 영화들은 모두 문을 걸어잠그고 말이다.

  

(2) "예술영화 전용관이 모자라서 여태까지 그런 영화가 없었나?"

내가 기억하기론 그나마 있던 예술 영화 전용관도 상영할만한 영화도 없고,
더더욱 관객도 없어서 다른 용도로 전환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정말이다. 예술 영화는 관객이 들지 않는다. 그게 단지, 상영관이 적어서일까?

내가 장담하건데, 100% 아니다.

수많은 일반 관객은 "재밌는"영화를 찾는다. 단지 소수의 매니아 층만이 "의미있는"영화를 찾는다. 하지만, 그 소수의 매니아 층을 묶어 내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그런 일을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수많은 시네마테크들이 문을 닫고, 이제 정부의 작은 지원만을 받으며,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몇몇 시네마테크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상당히 많은 영화편수에 불구하고 사실은.. 사람이 별로 없다.

 

그리고, 앞서도 이야기 했듯이 예술 영화와 독립 영화의 육성만이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는 방법이 아니란 점은 또 한번 강조하고 싶다.

 

이런 정책을 바란다

 스크린쿼터의 축소가 정부의 변할 수 없는 방침이라면, 이런 정책을 부탁하고 싶다.

 먼저, 예술 영화관이 아닌 "문화적 다양성 영화관"을 지원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그 영화관에서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영화들을 상영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해주고,

그 영화들이 안정되게 개봉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100개가 아니라 10개라도 제대로 만들고, 풍부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영화제에서만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 만들어진 수많은 단체들, 예술영화와 독립영화 단체뿐만이 아니라, 각국의 영화를 위한 단체들을 위한 지원도 생각해 볼만하다.

내가 속한 인도 영화 모임만 하더라도, 이미 운영자의 개인적인 지출만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그도 이제 마쳐야 할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단체들을 찾아내어 육성하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이 아닐까싶다.

 인터넷 상에서 두서없이 썼지만... 

일방적인 스크린쿼터 축소는 정부가 잘못해도 한참 잘못한 것이고, 그에대한 대책으로 내세운 것들도 한참이나 길을 잘못들었다.

 제발, 인도영화, 이집트 영화, 태국 영화, 나이지리아 영화들을 우리의 생활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2006.1.30
미디어 한글로

※ 이 글은 제 인도영화 블로그(http://blog.daum.net/hangulo/5592264) 에서 옮겨온 것입니다.